비대면에서 대면 멘토링으로
비대면에서 대면 멘토링으로- 비대면&대면 멘토링 경험 장학생 2인 인터뷰 -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고채은 : 27기 장학생 고채은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유병준 : 27기 장학생 유병준이라고 합니다. 현재 중학교 1학년을 상대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대면 멘토링과 비대면 멘토링의 가장 큰 차이점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해 팁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고채은 : 아무래도 대면 멘토링을 하면 좀 더 다양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 같아요. 비대면으로 진행할 때에는 수업 위주로 진행을 하게 되고, 주로 말을 통해 교류가 이루어지지만, 실제로 같이 있다 보면 함께 있는 그 공간뿐만 아니라 함께 외출할 일이 종종 생겼거든요. 저의 경우 밖에서 함께 음식을 먹는다거나, 산책을 한다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멀리 소풍을 나간 적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상황을 마주치게 되니, 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처 능력을 갖추면 좋을 듯합니다. 유병준 : 우선 대면 멘토링의 경우, 처음 만났을 때의 어색함이 조금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면 멘토링으로의 조금 더 원활한 전환을 위해서라면 비대면 멘토링 과정에서 오프라인과의 경계가 흐릿해질 만큼 친밀감을 쌓을 수 있는 활동들을 몇 번 경험해 보시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만났을 때 공부라는 주제 외에 이야기 나눌 주제들이 많이 필요할텐데 생각보다 비대면 멘토링에서는 이 부분을 놓치기가 쉽더라고요. 그래서 추천드리고 싶은 것은 캐치 마인드 같은 일종의 그림 그리기 놀이예요. 멘티가 먼저 ‘갈틱폰’이라는 사이트를 이용하자는 제안을 줬는데요, 게임을 활용하다 보니 오랜만에 대면으로 만났을 때에도 어색함 없이 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 진행이 원활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면 멘토링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일종의 문화체험 활동이 가능하다는 점일 거예요.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만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나가라’ 이런 뜻은 아니지만, 그걸 보상으로 삼아 목표를 달성하면 함께 나가는 방식을 활용할 수도 있고, 멘티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거나 아직 데면데면한 구석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 함께 산책하면서 얘기 나누는 것만 해도 멘티가 신기해하며 고마워하더라고요. Q3. 멘티와의 관계 쌓기, 첫 수업에서의 어색함을 어떻게 타파해 갈 수 있을까요? 고채은 :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래도 아이들이 정말 순수하다 보니 본인이 싫어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절대 말을 안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냥 나는 말하기 싫어’ 이런 태도로 나오기도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아이가 뭘 좋아하는지를 파악해서 그것을 중심으로 말문을 열며 아이가 신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초등학교 4학년 친구와 멘토링을 진행했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친한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제 멘티는 자매가 함께 그룹홈에 살고 있어서 동생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그룸홈에서 다양한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경우에는 멘티와 일대일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집안에서 아이와 함께 사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함께 관심을 가져주고, 수업이 끝난 후 동생이나 언니들과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니 멘티도좋아하더라구요. 멘티에게만 관심을 쏟기보다는 다른 형제자매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며 인사를 나눠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유병준 : 저의 경우, 멘티와 처음 만나는 상황에서 존댓말을 사용합니다. 멘티 친구들은 상대방에게 존대 표현을 받아본 경험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에는 ‘선생님 왜 존댓말 하세요? 반말하세요!’라며 충격을 많이 받지만 그와 동시에 ‘이 사람이 나를 존중해 줄 의향이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도 받는 것 같았어요. 비록 초면이지만 존중받고, 의사를 물어주고 답해보는 경험을 통해 ‘나는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가볍게는 간식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심리학의 ‘과잉 정당화 효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즉 선생님과 만나는 시간보다 외재적 보상에 초점을 두며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외재적인 보상보다는 존댓말을 통한 상호 존중의 분위기를 형성해가는 방법을 더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멘토들의 경우 ‘내가 이 친구한테 뭘 해줄 수 있을까’라는 사명감에 차 있는 경우가 많은데, 관계라는 것이 결국 상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아이도 마냥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누군가에게 예의와 존중을 줄 수 있는 능동적인 행위자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4. 비대면 멘토링과 대면 멘토링의 멘토링 계획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고채은 : 저는 대면 멘토링을 할 때는 조금 유연한 일정을 적용했던 것 같아요. 비대면 멘토링의 경우, 공부 위주의 기획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처음에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대면일 때에는 좀 더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어요. 멘티의 컨디션에 따라 아예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어서 대면 멘토링에서는 조금 유연하게 계획을 짰습니다. 멘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멘티가 어떤 걸 더 하고 싶어 하는지, 뭐가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어떤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요. 결국 멘티에게 필요한 것을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해가야 하니 근본적으로 멘티의 수요에 맞춰 기획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비대면 멘토링과 달리 대면 멘토링에서는 외출을 한다거나 하는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조금 더 다양한 상황과 컨디션들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유의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유병준 : 학생마다 너무 다르고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전 비대면일 때 좀 더 커리큘럼을 느슨하게 가져가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집중도 측면에서 결코 대면과 견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비대면으로 진행을 할 때에는 풀이 과정 등을 즉각적으로 상세히 피드백 하는 것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기 때문에 저는 독서 논술처럼 말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과목들을 위주로 멘토링을 진행했는데요, 대면 멘토링의 경우 수학과 같은 과목을 활용하여 풀이 과정을 살피고, 피드백을 해주는 식으로 좀 더 유동적인 수업이 가능했습니다. 제 멘티의 경우에는 교과적인 지도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태도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주는 부분이 더 필요했기 때문에 이렇게 구성을 했지만 다른 멘티들에게 맞는 또 다른 구성 방식도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자면, 일반적으로 과외를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저는 멘티에게 무엇을 가르쳐줄지에 대해서 항상 시설장님과 논의를 하는 편이에요. 학생과의 소통뿐만 아니라 시설장님과의 상담까지도 멘토링 과정에 포함시켜 생각하려고 합니다. Q5. 멘티와 함께 꼭 해보면 좋을 활동의 추천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고채은 : 사실은 기억에 많이 남는 거는 정말 일상적인 순간들인 것 같아요.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카페에 가고 그랬던 기억들이요. 저의 경우, 대면으로 만났을 때 제 멘티들이 사진을 찍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앱을 활용해서 필터를 적용하고 사진 찍는 걸 많지 좋아했는데, 당시 친구들이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제 휴대폰으로 함께 사진을 많이 찍고 그러다보니 갤러리에 귀여운 사진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멘티 생일 때 제가 그 사진으로 포토북을 만들어서 선물을 해줬거든요. 멘토링이 끝나더라도 포토북은 계속 남아있으니까 언제라도 추억을 다시 되새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편지도 쓰고, 나중에 스마트폰이 생기면 연락할 수 있게 제 전화번호도 같이 적어서 전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친구가 당시에는 4학년이었는데 어느덧 6학년을 지나 곧 중학교에 입학할 시기가 되었고, 스마트폰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포토북에서 연락처를 찾아서 ‘선생님 잘 지내시죠?’라며 전화를 걸어줬는데 너무너무 귀엽고 감동적이었어요. 요즘은 프로그램이 좋아져서 사이트에서 포토북을 굉장히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또, 대면으로 멘토링을 진행하게 되면 다양한 사진들을 남길 수 있으니까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로 포토북을 해주시는 것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유병준 : 카페에 가는 거요. 카페에 앉아서 소소한 추억거리를 한번 만들어보는 걸 추천드립니다. 왜냐하면 그룹홈 친구들이, 특히나 어린 친구들의 경우 카페에 가본 적이 없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저도 얼마 전에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저희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들인데 그 친구들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거니까요. 그룹홈 앞에 카페가 한 5개는 있었는데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길래 카페인 없는 음료로 사주며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 친구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6. ‘이것만은 하지 말아주세요’, 멘토링을 진행함에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고채은 : 멘티가 요구하는 걸 무조건 다 들어주지 않기! 멘티랑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아이들이 "오늘은 수업하지 말고 놀아요!" 등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하는데, 멘토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매번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공부 습관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되고, 오히려 멘티에게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친구' 같은 '선생님' 두 역할을 균형감 있게 수행해나가는 자세가 어렵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병준 : 함부로 약속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선의를 가지고 호의로, 많은 걸 약속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사실 저희가 대학생들이고 다들 바쁘잖아요. 예상치 못한 일로 휴학을 한다거나, 멘토링을 지속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많이 쉽게 생길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사실 그 친구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런 활동을 통해 계속해서 그 친구를 만날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어요. 그래서 멘토링이 아직 낯선 친구들에게 ‘나는 너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라거나, 혹은 ‘내가 평생 좋은 형 누나 되어주겠다.’라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하시는 게 결과적으로는 그 친구한테 오히려 상처를 입히는 무책임한 행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이나 내후년까지의 얘기도 미리 서로 뭔가 약속을 하시기보다는 ‘이번 학기 나한테 주어진 시간 동안 멘티에게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우선은 그때까지가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약속된 시간이고, 이후에 연장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볍게 지나가는 사소한 약속이라고 할지라도 아이들이 기억을 정말 잘해요. 여러 약속들을 한 뒤 못 지키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 애들 마음의 문이 닫히는 거고 그럼 다음 멘토링 하시는 분도 이제 그 빗장을 열기가 더욱더 힘들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러니까 섣부른 약속을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나눠준 노하우들 덕분에 비대면에서 멘토링으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될 기존의 장학생, 새로이 멘토링을 시작하는 이들 모두가 더욱 좋은 멘토링을 위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시간 내주신 장학생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일주재단 기자단 7기 이현지“들려주신 이야기 모두 소중히 글에 담아내겠습니다.”
고채은, 유병준
2022.02.04